영화 [컨택트] ..

홍콩인천 비행기 안에서 감상한 영화. 다행히 한국어 더빙 버전이 있어 안심하고 감상. 시카리오라는 영화를 관람한 뒤부터 드뇌브 감독에 대한 신뢰가 무제한으로 발전해 이번 접촉도 기회가 되면 감상하고 싶었는데 마침 기내 프로그램에 등록돼 있어 내친김에 보게 된 경우. 사실 시카리오도 그렇지만 이 감독의 영화는 매우 우아하고 조심스럽다. 마블영화나 블록버스터 같은 것만 감상하는 편이라면 분명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몰입감이 넘치지만 호흡이 빠르지 않아 긴장감이 넘치지만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종류의 명백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호불호가 갈리는 감독. 나는 시카리오도 그렇고, 이번 콘택트렌즈도 그렇고, 아주 마음에 들어.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1개월? 속보이는 얘기 안 하길 잘한 거고. 연출력이 신중해서 마음에 들었다. 요즘 마블 영화도 그렇고 한없이 팝콘처럼 가볍기만 한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랄까. 나 역시 가벼운 영화를 좋아하지만 가끔 이런 신중한 영화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

외계인이 나오는 시각에 따라선 공상과학영화에 가깝지만 영화의 호흡은 한없이 신중하고 담담하다. 더욱이 지구에 온 외계인들은 인간 한 명과 소통하며 다시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 버린다. 우리가 지금까지 상상했던 외계인 침공 영화는 지구인들을 더 죽이지 못해 안달복달했지만 그런 영화들과는 궤를 확 바꿔도 한참 다르다. 오히려 나는 그런 점을 더 좋아했지만 전형성을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다. 아니, 외계인이 거대 우주선까지 타고 와서 사람 하나 죽이지 않고 떠나다니. 그 와중에도 지구인들은 자기들끼리 전쟁을 못해 안달이지 않았는가. 어찌 보면 인간은 지금 지구를 파괴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외계인의 침공보다 스스로 공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게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

특히 인상적인 것은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외계인의 언어를 분석하고 배우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가 그동안 자주 무시해 왔던 진실. 어떤 문제라도 대화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는 진실, 혹은 사실. 우리는 무시해 왔고, 보이지는 않는 척 했던 진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국가 간 일도 대화를 통해 풀면 될 것을 무기 팔아치우라고 곡해와 왜곡이 난무하는 이 곳을 보면 답답함에 탄식이 나올 정도다. 지금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대화가 아닐까. 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드뇌브의 칙칙한 사랑 역시 한번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