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은 정말 비인간적일까? | 인터비즈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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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매장을 찾았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고, 이 아저씨가 은퇴한 뒤 취미로 차를 파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젊었을 때 광고 관계 일을 하고 46세 때 은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전부터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차 세일즈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차도한 2년 정도만 판매, 어린 시절 살았던 하와이에 가서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세일즈맨들과는 조금 다르죠”라고 하면, “보통 차를 잘 파는 세일즈맨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싫어하는 타입의 사람이죠”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자신은 소비자들이 차 구입을 돕는 사람이지 차를 밀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결국 이 아저씨에게 차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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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해서인지 업무를 공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회사일은 항상 최우선이었다. 대구지하철에 큰불이 나면 사회부 기자는 자다가도 대구에 가야 하고, 삼성전자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면 산업부 출입기자는 쉬는 날이라도 출근해야 한다. 그래서 취재를 할 때는 조금 공격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기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다. 대신 일반 기업에서 계산하는 일의 효율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신문만 나오면 되기 때문이다.기자를 뒤집어 보면 일찍 귀가하는 남편이나 주말에 놀아주는 아버지와 거리가 멀다. 항상 일에 쫓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기회주의로 남을 비판만 하는 싫은 사람이 생각난다. 앞서 언급한 실적 좋은 세일즈맨과 같다. 물론 그 많은 기자와 세일즈맨이 모두 나쁜 인간일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 자기 일 잘하는 사람이 성격이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한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든 이유는 점잖은 세일즈맨의 말에 일말의 진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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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발표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다. 무료 점심을 제공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어 사내에 마사지사가 상주하는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기업들이 경쟁하는 것과 같이 기상천외한 복지 제도를 자랑한다. 이런 제도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왜 경쟁적으로 이런 제도를 도입할까? 직원들에게 자랑할 것을 주기 위해서? 아니다. 이런 제도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여 이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수면을 관리해 주는 컨설팅 기업까지 등장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직원들이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원들이 잠을 잘 자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사고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복지제도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런 좋은 복지제도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실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는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직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실제로 일하기 쉬운 것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에는 10년 이상 근속 중인 고위 직원이 드물다. 일하기 좋은 기업을 직원을 위한 좋은 기업으로 로맨틱하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기업의 의사결정이란 게 다 그렇다. 결과가 먼저다. 당연하다.우리는 시스템적으로 이런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와 실적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그런 시대. 개인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그런 시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남들이 다 그렇게 살아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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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에 얽매여 산다. 물론 일을 좋아해서 하는 사람도 있겠지. 나도 그럴 줄 알았어.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일은 때때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은 생계를 꾸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매일 출퇴근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덜 하게 될 뿐이다. 매달 같은 시기에 월급이 계좌로 들어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지금처럼 직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회사사회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하고 힘든 생활을 그만두니 세상이 달라보이게 됐다. 일을 그만두고 일을 찾지 못하자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일만 해 왔다는 걸 깨달았다. 일을 그만둔 후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내가 조금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일이 잘 풀리는 것이 모두 혐오스럽거나 비인간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일을 잘하려면 개인적인 삶의 희생이 필요하다. 슈퍼맨이 아니면 워라벨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어렵다. 회사에서 잘나가는데 완벽한 남편이고 훌륭한 아빠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자이기 전에는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지만 아들 남편 아버지의 역할은 뒷전이었다.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해야 할 기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에 얽매여 있으면 나쁜 본성은 나타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비인간적이 돼 버린 것이다.

약력-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인문 지리학과 졸업-워싱턴 대학(시애틀)경영학 석사-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한 현재 미국 시애틀 인근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하고-40세에 은퇴하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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